고려후기의 충신, 이승휴의 <제왕운기>가 태동한 절경과 비경이 어우러진
두타산 속살의 향내음에 흠씬 젖었다. 고려말인 1280년 부원배(친원세력)들을
비판하였다가, 두타로 유배당해 1287년 칠언시와 오언시의 형태로 왕에게 올린
역사 서사시인 제왕운기는 민초(백성)들을 향한 문인의 뜨거운 애국심의
발로 였으리라... 조선중기 명종년간 명필 봉래 양사언의 무릉선원 중대천석
두타동천(武陵仙院 中坮泉石 頭陀洞天)은 금강산 봉래거사 양사언의 극찬이
그대로 새겨진 무릉반석을 보면서 속세의 풍경이 진상이 되어버린 부끄런마음이
일면서 가슴이 아려온다.
무릉반석위에서 화투장을 돌리고 음주로 쓰러진 속인들의 모습을 두타거사
이승휴나, 봉래거사 양사언의 호통이 온통 울리는 듯 하였다.
산행은 잔뜩 빗방울을 품은 운무속에서 시작하였다. 절경과 비경을 한아름 품고
있는 두타의 속살 탐험은 결코 쉽지 않았다. 오전 10시 45분경에 시작한 산행은
결코 쉽사리 두타의 진면목을 드러내지 않고 나의 조급함을 꾸짖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잔뜩 낀 운무가 비로 바뀌어서 산행길 내내 빗방울과 땀방울을
뒤섞고 있었다.
쉰움산에서도 두타의 정상에서도 그 유명한 두타의 절경과 비경들을 조망할 수 없어
안타까움만 더 할 뿐이었다. 쉰움산 근처의 바위에 만들어진 연못을 노니는
배색깔이 붉은 개구리를 사진기로 담으며 동심에 젖어 보았다.
두타의 정상에 올라 허기진 배를 도시락과 풋고추,고추장에 곁들여 채우고
박달령으로 하산길을 잡아서 바쁜 발걸음을 재촉한다.
두타산 비경의 속살은 여기서 부터 벗겨지기 시작한다.
두타의 무릉계곡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채 선계의 모습들을
하나,둘 펼치기 시작한다.
용추폭포,쌍폭 ,선녀탕등에서 두타의 황홀한 유혹에 정신이
혼미해질 쯤, 학소대,무릉반석에 이르면 이미, 내 몸과 마음은
속계를 떠나서,선계로 가는 길에 두타거사와 봉래거사가 함께
어울려 반가이 맞아준다.
두타의 선계로 가는 티켓을 제공해주신 오로라 산악회,회장님,
아소마님,엄지님,대감마님...께 무궁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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