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속세를 떠나서 문장대에서 세조를 만나다.

사색의 산책 2009. 6. 6. 10:45

 속리산은 속세를 떠나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가장 잘 알려주는 산이다.

조선조 7대 임금인 세조의 흔적이 곳곳에서 보이는 법주사 경내를 돌아보고

문장대로 오르는 발걸음은 산행으로 단련된 나의 체력을 시험하려는 듯

정상으로 오르는  돌층계의 만만치 않은 높이는 제법 육즙을 쏟아내게

한 이후에나 정상을 허용하였다.

 

    산행도중 자주 만나는 다람쥐의 놀란 몸짓이 반가와서 카메라를

빼어들면 어느 새 숲속으로 도망 가 버린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산행을

계속하면서 어느 덧 귓가에 울리는 계곡 물소리,이름모를 각 종 산새 소리가

속세의 온갖 걱정과 고민들을 무장해제 시킨다.

 

    여기저기에서 나를 반기는 물푸레나무,굴참나무...희귀 수목들이 손을 내밀고

친구들을 벗삼아 등을 기대면 어느 덧 그들과 나만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향기로운 숲속의 우리들만의 리그가 펼쳐진다.

 

    이끼로 잔뜩 멋을 낸 바위 녀석들은  잠시 쉬어가라고 말 동무를 하자지만

정상이 멀지않으니 예서 멈출 수 없는 나의 발걸음은 바쁜 듯 느긋해진 마음을

재촉한다.

 

    어느 덧 돌 계단이 끝 날 무렵 나무 계단이 웃으며 맞는다. 드디어 정상 부근이다.

문장대 정상에서 70대 노부부를 만나니, 신기한 느낌이다. 문장대 철계단에서

앉아서 쉬고 계신 부모님 연배의 노부부의 체력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마음속 깊이 존경의 미소를 드리면서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서 조망하는 경치는 글이나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진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서 황홀한 마음도 함께 누르니

티없이 맑은 창천을 향한 나의 심안은 문장대 전체를 베게삼아 20 여분간

누우니 1054미터의 바위가 온통 나의 침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