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랑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

사색의 산책 2010. 4. 17. 12:05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오는 29일부터 내달 7일까지 전주에 있는 한국 소리문화의 전당과 영화의 거리 극장가 등에서 열린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는 역대 최다인 49개국에서 출품된 20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9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모두 다 챙겨보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영화제 유운성 ㆍ조지훈 프로그래머의 도움을 받아 추천작 5편을 꼽아봤다.

◇'비행운:클라크'(2010)한때 태평양에서 가장 주요한 군사시설이었던 클라크 미 공군기지. 미군은 1992년 그곳에서 철수했으나 미군이 남긴 환경오염 피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군 시설에서 방류된 독성 물질 때문에 토양이나 수질이 오염되면서 기형아들이 속출하고, 많은 필리핀 시민이 암으로 죽어간다.

미국의 존 지안비토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피해자들의 인터뷰, 필리핀-미국 관계의 역사, 무책임한 정부에 저항하고 연대하는 사람들의 투쟁을 긴 호흡으로 보여준다.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필리핀과 미국 간의 은폐되었던 역사에 대한 4시간30분 분량의 역사수업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비행운'이란 비행기가 하늘을 날며 남기는 구름을 의미한다. ◇'동창생들'(2009)중국의 린신 감독이 메가폰을 든 '동창생들'은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한 세대에 끼친 영향을 탐구한 다큐멘터리다. 한 장의 흑백사진에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그로부터 20년이 흐르고 나서 사진 속 인물들의 현재 모습을 조명한다.

사진 속 주인공들은 가스배달부, 의사, 배우, 가게 주인으로 살아간다. 그들은 개혁개방이라는 시대의 큰 흐름 속에서 때로는 성공을, 때로는 실패를 맛본다.

린신 감독은 이들의 기쁨과 절망,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카메라에 담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감독의 실제 동창생이다.

◇ '기묘한 이야기들'(2008)아르헨티나의 마리아노 이나스 감독이 연출한 '기묘한 이야기'는 이상한 실종 사건, 기묘한 괴물, 끔찍한 범죄 등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상한 이야기들을 소재로 한 영화다.

이나스 감독은 3개의 큰 이야기와 18개의 짧은 에피소드를 카메라에 담았다. 이야기가 다채롭고 많아 상영시간은 무려 4시간12분에 달한다. 해설자가 변사처럼 모든 사건을 해설한다. 우연히 농부를 살해한 정부 감독관 X, 한 남자를 아프리카까지쫓아가는 Z, 끝까지 모호한 존재 H 등의 인물들이 나와서 복잡한 사건을 엮어간다.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컬트무비 마니아라면 아르헨티나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이나스 감독의 이 영화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추천했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2009) 고집불통, 미운 아홉 살 맥스는 외롭다. 아빠는 떠났고, 누나는 놀아주지 않는데다 엄마는 늘 바쁘기만 하다. 어느 날 엄마의 새 남자친구 때문에 심통이 난 맥스는 한바탕 소동을 피우고 집을 뛰쳐나간다. 작은 배를 타고 여행을 떠난 맥스. 소년은 낯선 미지의 땅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거대한 괴물들의 왕이 된다. 영화는 미국의 동화작가 모리스 센닥의 동명 동화를 원작으로 했다. '존 말코비치 되기'의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연출했다.

조지훈 프로그래머는 "개구쟁이 소년의 모험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라며 "가족이 함께 보기에 좋은 작품"이라고 추천했다.

◇폴리스.형용사(2009)고등학생들의 마약 거래 현장을 수사 중인 경찰 크리스티는 용의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아다니고 모든 것을 일일이 기록하며 증거를 수집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기회를 포착하고도 그들을 검거하는데 주저한다. 미성년인 아이들을 체포한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약 자체가 그리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상사들과 전혀 다르다. 그래서 크리스티의 직장생활이 위태롭다.

최근 각종 영화제에서 강세를 보이는 루마니아 영화다. 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 감독은 이 영화로 작년 칸국제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