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대원사에서 천왕봉거쳐 백무동으로

사색의 산책 2010. 8. 7. 14:58

 

 

    2010년 8월, 나의 지리산에 대한 사랑은 짝사랑으로 끝나고 있었다.

2010.08.04.11:30,진주행 금호고속버스는 수원을 출발하였고 15:20경 진주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서울서초 남부터미널에서 09:10에 미리 출발하여 이미 15:30경 대원사로
입성한 조형의 전화를 받고 15:30에 진주에서 대원사로 들어가는 버스를 탔다.
 
    16:40경 대원사에 도착 후, 미리와 기다리고 있는 조형과 상봉(?)을 하니
무척이나 반가왔다. 대원사 경내를 돌아본 후 대원사 경내에 있는 생수로
식수를 보충하였다.
 
    17:00가 조금 지나서야 유평리에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이번 지리산행은 처음부터 쉽지 않음을  예고하고  있었다.
우선 야간산행으로 치밭목 대피소까지 올라가야한다.
 
    비박장비까지 갖춘 배낭의 무게는 20kg에 육박하고, 대원사코스는
야간산행으로는 험난한 구간이 많고 습기가 너무 많아서 몸 상태는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어찌되었건 대원사에서 6.2km 떨어진 치밭목산장에 도착한것은
밤10시가 다 되어서였다. 배낭의 무게와 온통 씨름을 하면서
히말라야 셰르파들의 삶이 문득 스쳐지나간다.
 
    힘든 과정속에서도 무재치기다리를 지나면서 하늘에 보이는 별무리의
환상적인 모습은 어릴적 서울에서 등화관제 훈련을 하면서 옥상에서
올려다본 별무리를 그대로 연출하고 있었다. 별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하였지만 습기에 젖은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아서 실패하고
말았다. 어휴, 다음에는 방수 카메라를 가지고 와야지,너무 억울한 느낌...
그냥 마음에 담은것으로 만족하였다.
 
    다음날 새벽, 지난 밤 23시경 너무 피곤한 상태로 치밭목대피소 앞에서
비박을하고 잠에서 깨니 새벽5시가 되었고 날씨는 어젯 밤 그토록 총총하던
별무리 군상들은 어느 덧 두꺼운 구름옷을 갈아입고 소나기라도 퍼부울 기세다.
새벽3시경에 일어나서 약4km떨어진 천왕봉으로 출발해야 하는데
너무 피곤하여 잠을 깼을땐 벌써 5:00를 넘어서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일정이 천왕봉 일출인데 이미 흘러간 물이 되어버렸고,
올라갔어도 날씨 변화로 보지 못 했을 것이라고 위안을 삼으며 침낭등의
짐을 꾸리고 코펠에 물을 끓여서 전투식량 고추장비빔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2010.08.05.07:30경 치밭목 산장을 뒤로 한 채 천왕봉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천왕봉으로 오르는 내내 계속 안개비가 내리고 있었고 강한 바람은
마치 써리봉에서 나를 밀어올려 천왕봉까지 날려 버릴듯한 기세였다.
09:40경 천왕봉에 도착하였고 비바람과 함께 달려드는 운무속에서
경치라고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천왕 마고할매의 꾸짖음처럼
사정없이 달려드는 비바람에 어찌 할 바를 모르게 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천왕봉에서 장터목으로 하산중에 20kg의 배낭무게로인한
다리통증이 심해져서 작년의 화중종주에 이은 금년의 대화종주의 꿈은
꿈이 되어버리고 장터목에서 휴식 후 쏟아지는 빗줄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백무동으로 하산하고야 말았다.